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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길




    나잇값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방 속에 있던 필름 카메라를 다시 꺼내 들었다. 스쳐 보내는 사소한 순간들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그런 시선이 좋아서 나는 계속 카메라를 잡는 것 같다. 


     학교에 질리고 사람에 질려 혼자이기를 자청하고 밖으로 나돌 때 대천에 가야 한다며, 무조건 나오라며 다가와준 사람들이 있다. 중학교 친구놈들이다. 사실 모두와 친했던 것은 아닌데 갑자기 연락이 되어서 조금 의아했지만, 몇 년 안 보았던지라 또다시 낯가림이 도져 결국 대천은 안 갔지만, 그 때 그 애들의 갑작스러운 손길이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람 사이의 두려움을 꽤 많이 덜어주었다. 

     가족이었다. 어느새 서로를 '패밀리'라 부르며 다른 이에게 하지 못 할 속얘기를 말하고, 들어주었던 것이다. 심한 장난을 치고, 같이 웃고 울고,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그런... 잠이 아니다. 거실에서 대자로 뻗어 드르렁 코 골고 자는, 아주 게으르고 나른한 말 그대로의 잠이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없지만 기분이 좋을 땐 다같이 술 한 잔 했고, 성대에 염증이 생길 때까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주고 받았고, 대학 낙방에 '풉'하고 말없이 등짝을 때리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며 우리는 친했고, 1월 1일을 함께했다. 내 생일은 12월 31일이라서 항상 진짜 가족 (우리 엄마, 아빠, 아주 별로인 동생)과 11시 59분에 케이크 촛불을 불고 1월 1일의 시작을 함께 했었다. 그런데 그런 1월 1일을 이 친구들이랑 보냈다는 건 ㅡ 정말 가족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글쎄, 평소에도 이 이상한 패밀리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 사진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글로 정리할 일이 있었을까. 사람은 변하고 감정은 무뎌지니까, 사진이 아니었다면 점점 나도 이 생명체들로하여금 만들어지는 나의 일상과 퍽 괜찮은 나날을 당연히 여겼을지도 모른다. 직접 말해주면 그러니까 잘 해 임마! 하고 잔뜩 생색을 낼 게 뻔하니 이 글을 빌려 몰래 고맙다고, 너희 덕분에 나는 꽤 좋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본다. 혼자를 좋아하고 혼자에 익숙한 나인데 덕분에 함께하는 행복을 알아가고 있다고도. 피곤하고 귀찮은 날이어도 너희가 포차에서 소맥 말자고 전화하면 군말없이 나갈 준비가 대부분 되어 있다고 말이다. 그 때 그 손길이, 나는 너무 고마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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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현상, 스캔 맡긴 필름을 찾아오면 하나같이 초점이 나가 있었다. 내가 초심을 잃어서 초점을 성의있게 맞추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여전히 초점은 다 나가 있었다. 결국 매우 이상함을 느끼고 시간내어 찾아간 제일카메라에서 초점이 멋대로라는 이야기를 듣고 수리를 맡겼다. 내 기준 꽤 거금이 들었다.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데미지가 크다 그래도 말끔히 수리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초점이 선명히 맞는 사진을 올리리라 다짐한다. 사실 내가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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