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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1글] 필름카메라, 너와의 연애

     "변했어" 

     "그렇지 않아, 여전히 사랑해."

     "처음엔 안 그랬어. 근데 점점 소홀해졌잖아. 넌 내가 질린거야."


     로맨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이 진부한 대화가 이해가 간다. 1년 전 나에게 너가 온 날부터 몇 달 쿵쿵거리던 내 심장이 아직 생생하다. 어디를 가든 너와 함께였고 너로 모든 세상을 보았는데, 점점 권태로웠고, 익숙해졌고, 하루 이틀 쳐다보지 않다가 결국 한 구석에 방치해버린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너를 좋아했기에 마음 한 쪽에서 때때로 너의 견고하고 매끄러운 몸을 떠올리곤 했다. 찾아가야지, 조만간 함께 해야지. 다만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기에 나는 너무 게을렀고, 핑계를 잘 대서 바쁘다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너는 어둡고 건조한 곳에서 나를 그리워했을까. 원망하고 싫어하고 화를 냈을까.

     그게 미안해서 몇 달만에 다시 너와 마주한다. 너는 여전히 날렵하고 관능적이다. 함께 가는 모든 곳에서 너는 여전히 매서운 시선으로, 때론 한없이 따뜻하게 세상을 바라보겠지. 쓸쓸하고 삭막한 회색 도시에서 너만의 감성으로 나를 감동시키겠지. 그런 면에서 나는 네가 매우 좋다. 너 밖에 없다. 몇 달이나 찾지 않다가 이렇게 얘기하니 거짓말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정말 너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나를 지나간 그 사람이 내게 한 행동과 내가 너에게 한 행동이 다르지 않음에 자괴감을 느낀다.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항상 함께, 좋은 만큼 더 좋아하겠다. 어느 날 갑자기 너를 찾지 않는다거나 너를 두고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오늘은 어디를 갈까. 아직 모른다.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곳이 어디든, 너와, 함께일 거라는 것. 나는 필름을 끼우고, 감은 다음, 조리개와 셔터스피드, 필름감도를 설정하고 너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것.


     Nikon FM2, 사진 찍을 때 가장 예쁜 너를 찍은, 사진,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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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Comments

    • 페니레인 Penny_Lane 2017.01.30 11:15 신고 Modify/Delete | Reply

      제시어는 김선희 님의 'Only you.' 내가 너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누구일까 (혹은 무엇일까) 생각하다 몇 달 동안 카메라 가방에 숨죽이고 있던 이 녀석이 생각났다. 연말에 사진집 내려면 이제는 꽤 부지런히 들고 다녀야 하겠다.


    • ㅇㅅㅇ 2017.01.31 23:52 신고 Modify/Delete | Reply

      이 대목이 마음에 꽂히네요.
      '어느 날 갑자기 너를 찾지 않는다거나 너를 두고 바람처럼 사라지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페니레인 Penny_Lane 2017.02.07 20:53 신고 Modify/Delete

      하지만 미러가 뒤틀린 것 같아 점검을 받아보려고 합니다ㅠㅠ열심히 들고 다니려고 마음 먹자마자 문제가 생겨버렸네요,,

    • SONYLOVE 2017.02.05 01:13 신고 Modify/Delete | Reply

      글 목록에서 대표 사진이 사이즈가 딱 맞으니 너무 보기 좋아요. ㅎㅎ


      페니레인 Penny_Lane 2017.02.07 20:52 신고 Modify/Delete

      일정한 걸 좋아해서 영화 포스터가 아닌 이상 정방형으로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ㅎㅎ

    • 국대 2017.02.07 20:32 신고 Modify/Delete | Reply

      요즘 바쁘신가요? 자주 보고 있었는데 요즘은 업로드가 안 되네요ㅠㅠ


      페니레인 Penny_Lane 2017.02.07 20:51 신고 Modify/Delete

      앗 관심 가지고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다다음주 라오스로 배낭여행도 가고 학교 졸업에 이것저것 겹쳐서 글을 못 쓰고 있었어요~ 내일 밤 올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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